몇년전부터 가끔씩 헬싱키대학교 어느 지역연구소 밑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과정에서 강의를 해 왔는데, 이번 가을학기 강의에서 이젠 처음으로 불합격자가 나왔다. 냉정한 마음이 아직 생기지 못 해서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긴 하다. 아무리 해봐도 최하의 점수(1)도 붙이지 못 했다. 강의내용의 대한 두 질문에서 하나는 완전히 빵점(0)이고 추가 글을 읽고 대답한 것다 마찬가지었다. 이 불합격자의 답장을 읽다 보니 먼저 나온 생각은 내가 정말 이렇게 강의를 못 했나 하는 것이었다. "전근대 한국의 사회집단"이라는 질문에 거의 양반에 대하서만 쓴 것이었다. "돈을 번 농민들은 족보를 사들이곤 했다"고 내가 가르쳤을 리는 없는데... 그런데 이번에 같은 시험을 본 다른 학생의 답장을 보니 좀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이 애가 강의를 듣긴 들었구나 싶었다. 당장 만점(3)을 주고 싶었지만 딴데서 좀 모자라서 그는 2.5를 받았다. 강의를 하고 시험답을 심사하는 자로서 물론 얼마 정도 봐 줄 틈이 있겠지만 불합격자가 되고 만 사람의 답을 보고 저만큼도 강의를 듣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나니 그 틈도 사라져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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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understand how you felt. It's not an easy thing to give a bad grade to students, especially if you remembered or knew them.
By the way, I just found your site. And I'm glad that there is another fellow doctoral student blogger out there. You seem to study Korean people and culture focusing on the traditional part of them. My knowledge of anthropology may not be enough to discuss this, but my understanding of anthropology is more about the dead, ancient, indigenous people or people before civilization. But if you studied other cultures in your generation, it would be part of ethnography or sociology or cultural studies. I am not speaking of the colonial perspective from the early anthropology, but I am so curious whether your study of Korean culture is part of your anthropological project. Anyway, I love your site and will look around more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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